대학살 :: 2007/04/03 04:00/생각
미국의 별로 길지 않은 역사 중 미국인들이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독립전쟁사에 보면 보스턴 대학살(Boston Massacre)이라는 것이 있다. 당시 영국 식민지 정책에 대한 항의가 거세어지자, 영국 정부가 보스턴에 엄청난 숫자의 군대를 보냈다. 보스턴 인구가 16,000명이었는데 약 4,000명의 군인을 보냈다고 하니 많이 보냈긴 했다. 그리고 마찰 끝에 영국군이 발포를 했고 5명의 시민이 죽었는데, 이것이 바로 대학살이다. 식민지 사람들의 독립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확대 포장하여 정신무장을 시킨 탓에 '대학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가끔 '보스턴 대학살'이라는 이름이 보스턴의 야구팀 Boston Red Sox와 New York Yankees 경기에도 붙여지곤 한다. 보스턴에서 양키스에게 몇연패를 하면 대개 이 이름을 붙이는데, 작년에도 양키스에게 5연패를 당하고 레드 삭스는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보스턴은 미국 내에서도 치안 상태가 괜찮은 동네에 속하는데, 올해 약간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 겨우 4월로 접어들었을 뿐인데 벌써 16명이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되었다. 작년엔 10명이었다고 한다. (관련 기사) 상당수가 계획적인 살인사건이 아니라, 버스 타고 가다가 싸워서 총 쏴 버리는 등 우발적인 사고가 많다. 이래서 미국에선 남에게 함부로 간섭해서 열 받게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옆집이 시끄러우면 직접 찾아가지 않고 경찰을 불러서 해결하는 것은 개인주의적인 성향 뿐만 아니라 이런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이 있어도 가만 있어야 한다. 지난 목요일 밤에 지하철에서 특정 학교의 학생들이 술먹고 아주 시끄럽게 굴었는데 다들 가만 있었고, 내릴 때 운전기사가 나보고 저 학교는 내일 수업 없냐고 묻더라. 예전에 중학교 다닐 때 버스 기사가 갑자기 차 세우고 뒤돌아보면서 "가시나들아. 느그는 학교에서 떠드는 것만 배웠나. 닥치고 조용히 좀 가자." 라고 했던 적이 있는데, 누군가 갑자기 총을 꺼내서 그 기사를 쏴 버릴지도 모르는게 미국인가 보다. 내 생각엔 도리어 야구 경기가 아니라 최근의 살인사건 급증에 대한 기사의 제목을 '보스턴 대학살'이라고 붙여야 할 거 같다. 민주항쟁, 독립투쟁을 위한 희생, 독재정권에 의한 학살 등만 학살이 아니다. 지나가다가 총 맞아 죽은 개죽음, 의미없는 죽음 또한 학살의 범주에 들 것이다. 그리 보면 전쟁이야말로 진정한 '대학살'이지 싶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wsjung.net/trackback/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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