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플과 사투리 :: 2007/06/11 10:57/일상
KBS에서 하는 '상상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10대들이 잘 모르는 어른들의 말이나 어른들이 잘 모르는 10대들의 말을 맞추는 프로이다. 이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사회자나 뭐 그런 거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정답과 관련된 주제가 많다.
예전에 제주도 출신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한때 제주도에서 사투리를 쓰지 말고 표준어를 쓰자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다가, 관광 자원 문제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다시 사투리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고 있단다. 또 어떤 TV 프로그램에서는 모 업체 고객센터로 걸려온 제주 방언으로 이루어진 상담사례를 각 지역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뜻을 쓰게 했는데, 경상도 출신 사람들은 6개 문제 중 2개의 뜻을 약간이나마 맞췄다. 사투리라는 것이 잘못된 말이 아니라 오래된 우리말이 많아서 도리어 국어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투리라는 것이 촌으로 갈수록 심해지는데, 이게 고어의 흔적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지리산과 가까운 서부 경남의 사투리 일부는 제주 방언과 거의 같은 것들도 있는데, 내가 아는 대표적인 것이 '강 누엉 자젠?' 같은 것이다. 또는 제주도에 여행가면 듣는 인사말인 '폭삭 소갓수다' 이것도 우리 동네에서 약간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상상플러스'에 나오는 어른들의 말이라는 것이 최근에는 잘 쓰이지 않는 표준어들이라서, 어쩌면 이렇게 시간이 좀 흐르다 보면 먼 미래에는 쓰이지 않는 새로운 '고어'가 될지도 모른다. 달리 생각해 보면 촌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말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을 수 있다.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어휘력이 썩 뛰어난 편이 아닌데도 가만 보면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말을 꽤, 혹은 비슷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얼핏 생각나는 것만 해도 '외탁', '식겁'... 내가 지금까지 사투리라고 생각했던 말이 알고 보니 표준어라거나, 뭐 그런 경우가 많다. 아마 얼마 전까지 출연했던 부산 출신 정형돈 씨가 정답과 비슷하게 유추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고어, 사투리를 여전히 많이 쓰는 지역 출신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제 오랜만에 이 프로그램 다시 보기를 했는데, 정답을 10대들의 생각 하나만 보고 바로 맞춰 버렸다. 힌트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욘사마를 생각하는 마음'. 뭐 이런 거였다. 보자마자 바로 '용심?' 이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당히 사람들이 모를 거 같은 말이긴 한데, 지금까지 사투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말이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런 생각이 들면 바로 정답이었다... 특히 내가 최근에 친구에게 이 말을 자주 쓰면서 사투리라고 뜻까지 알려줬던 적이 있었는데... 여하튼 내가 출연했더라면 기록을 세웠을 일이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wsjung.net/trackback/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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