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에서 피인용도, 그리고 권력까지 :: 2009/07/03 22:07

논문을 쓸 때 다른 사람의 논문을 참조하고 그걸 참고문헌으로 인용하면, 참조한 논문의 피인용도가 1씩 올라가게 된다. 흔히 이렇게 측정되는 피인용도가 높을 수록 학계에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영향을 많이 준 좋은 논문으로 생각하게 된다. 내가 하는 일들은 다른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을 연구이기 때문에, 대체로 피인용도가 높지 않다. 그래도 그 중에 가끔 피인용이 많이 되는 논문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작년에 EPL (Europhysics Letters가 얼마 전 이름을 EPL로 바꾸었다.) 에 게재한 "Gravity model in the Korean highway"라는 논문이다.

Abstract. We investigate the traffic flows of the Korean highway system, which contains both public and private transportation information. We find that the traffic flow Tij between city i and j forms a gravity model, the metaphor of physical gravity as described in Newton's law of gravity, PiPj/rij2, where Pi represents the population of city i and rij the distance between cities i and j. It is also shown that the highway network has a heavy tail even though the road network is a rather uniform and homogeneous one. Compared to the highway network, air and public ground transportation establish inhomogeneous systems and have power law behaviors.
약간은 의도적으로 흥행을 노리고 쓴 논문이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성공했는지 신문에도 소개되었고 피인용도 적당히 되고 있다. 물론 적당히 되고 있다는 것이 수십, 수백번 되고 있는 건 아니고, 이제 5번 인용되었을 뿐이다. 다른 논문보다 약간 피인용 되는 정도가 빠르긴 해도, 이거보다 피인용도가 높은 다른 내 논문도 많고 또 학계에서 보면 미미한 수준의 피인용도이다. 근데 딱히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달리 이 논문에 애착이 간다.

흔히 피인용도를 체크하는 웹페이지가 2개인데, ISI Web of KnowledgeSCOPUS이다. 근데 이 두 기관에서 보여주는 피인용도는 각각 4와 1이고, 겹치는 논문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내 맘대로 계산해서 5라고 생각하고 있다. :) 이 작업이 사람의 눈과 손을 이용해서 하는 게 아니라 기계가 찾아내는 것이고, 수많은 저널과 수많은 저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저널과 논문에 관한 정보가 표준화되어 있는 게 아니라서 검색 엔진을 배려하는 데이터베이스는 아니다. 그래서 오차가 생길 수 밖에 없고, 생각보다 못 찾아내는 것도 많은 거 같다. (내 논문 중 하나는 SCOPUS에서는 피인용도가 15 정도 되는데, ISI에선 한 6정도 밖에 안 되는 것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이 피인용도를 기반으로 저널의 질을 따지는 기준이 되는 Impact Factor라는 걸 계산하게 되는데, 피인용도의 정확도가 100%가 아니기 때문에 Impact Factor의 정확도도 100%는 아니다. (물론 정확도 100%의 통계가 어디 있겠는가. 우리나라의 정확한 인구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이 Impact Factor를 비롯해서 논문과 저널의 질을 따지는 여러 수치들은 또 하나의 권력으로 작용한다. 가령 좋은 저널의 기준이 되는 SCI 목록에 해당 저널이 등재되는지 아닌지는 해당 업체에서 정해놓은 여러 원칙, 기준에 의해 결정되겠지만, 법이 존재해도 법을 집행하는 자에게 권력이 생기기 마련이듯 여기에도 권력이 존재하는 거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직접 모든 논문의 자료를 뒤져서 피인용도를 직접 계산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나마 이 두 기관의 정보를 신뢰하고 의지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권력의 생명력은 꽤 질기고도 강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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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B :: 2009/06/29 11:32

아는 분 중에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하는 분이 계신다. 이 분께서 얼마 전에 창의성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은 'Bus, Bath, Bed'로 대표될 수 있다고 하셨다. 내용인 즉슨, 버스, 목욕탕, 자기 직전의 침대처럼 혼자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고 한다. 무조건 이 환경만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이 환경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아니겠지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 것이라 하겠다.

나는 잠을 잘 자지 못 하는 편이다. 요즘은 어릴 때의 체력이 아니라서 좀 나아지긴 했는데, 예전엔 잠자리에 누워서 잠들기까지 평균 1시간(특히 고등학교 때)이 걸렸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취침시간이었던 12시부터 잠자리에 누워 있으면 1시간 동안 옆방에서 줄기차게 놀던 룸메이트가 새벽 1시에 방으로 들어오면서 나에게 "아직 잠 안 들었지?"라고 확인하고는 눕자마자 바로 코 골며 잠들곤 했는데... 믿거나 말거나 그 덕에 학교 다닐 때 졸아본 적이 없고, 쉬는 시간에 고꾸라 져서 잔 적도 별로 없는데, 이건 절대 피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잠이 들지 못 해서 그런 거였다.) 암튼 그래서 Bed에서 사색할 시간이 남들보다 많은 편.

그리고 비슷한 이유로 이동하면서 자는 경우 거의 없음. 따라서 Bus에서의 시간도 많은 편. 다만 안 잔다고 해서 피곤하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에 일찍 일어나서 이동하는 경우는 눈만 뜨고 있지 머리는 멍한 상태라서 Bus에서의 시간이 비효율적이긴 하다. 그래서 서울에서의 회의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동한 경우는, 회의 때 내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별 이야기도 안 하고, 좋은 생각도 잘 안 난다. 그래서 중요한 회의가 오전에 잡히면 아예 그 전 날 올라가서 자야 된다.

Bath. Bus나 Bed에 비해 내가 활용하는 시간이 적긴 한데, 그래도 내가 주로 생각을 많이 하는 환경 중 하나인데, 난 목욕탕에 가면 따뜻한 물에만 들어간다. 냉탕과 사우나는 나에게 쾌적한 환경이 아니라서 몸과 마음이 모두 힘들어 지고, 따뜻한 물에도 오래 있지 못 하고 자주 들락날락 한다. 그래도 탕에 앉아서 딴 생각은 많이 하는 편이다.

결론. 3B 이론은 경험적으로 볼 때 나에게는 무척 잘 맞는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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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ward | 2009/07/11 21:58 | PERMALINK | EDIT/DEL | REPLY

    Input을 이빠이 한 다음에... 하늘 쳐다보며 담배 한대 피우지..
    그러면 반드시 무언가 떠오르지.. 혹은 정리가 되거나.. 최소한 빠진 것이 생각나거나..

    • 호수마음 | 2009/07/12 12:11 | PERMALINK | EDIT/DEL

      담배 좀 줄이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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