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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사수하라 :: 2007/03/29 03:50

‘모든 것을 최대한 단순화하라. 하지만 더 단순화하지 마라. (Everything should be as simple as possible, but no simpler)’

얼핏 보면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최고의 천재로 불리는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다. 올해는 아인슈타인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 상대성이론이 발표된 지 100년이 되는 해로, 세계가 ‘2005 세계 물리의 해’를 기념하고 있다. 단지 물리학계뿐만 아니라 인류 세계의 혁명을 불러일으킨 천재가 남긴, 이 알 수 없는 말의 진의는 무엇일까.

물리학이란 기본적으로 자연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하지만 자연은 미물인 인간이 접근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하고 거대한 존재인지라, 물리학의 영역에서는 실제의 자연을 단순화시키고 많은 부분을 생략하여 모델을 개발하고 법칙을 세운다. 따라서 모든 것을 단순화시키라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는 물리학자들이 언제나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단순화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 낸 성과들이 허술한 것은 아니다.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정확한 이론으로 달나라에 로켓을 보내기도 하고, 최첨단 IT 혁명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가장 근본이 될만한 특징마저 단순화하고 생략해 버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기 쉽다. 단순화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질을 미처 찾지 못했거나 잊어버렸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실수이다. 즉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마저도 망각해 버린 것이다.

이공계 출신의 인재들은 대부분 연구개발 현장에 종사한다. 이러한 현상이 지금의 이공계 위기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연구개발 현장을 잘 모르는 정책 입안자들이 과학기술 정책을 다루고, 기술을 모르는 경영인이 기업의 경영을 이끌었기에 과학기술인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고 지금의 위기가 찾아왔으니 과학기술인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지 않는 과학기술인들이 과학기술을 대중과 분리시켜 소수만이 점유할 수 있는 어려운 학문으로 만들었고, 국민들의 과학기술 마인드가 부족하여 이공계 문제가 발생하였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이공계 출신이라고 하여 그 역량을 연구개발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의학, 법학, 경영학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키는 것이 전체적인 국가 역량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라고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자칫하면 기본을 망각해 버리기 쉬운 단순화의 과정이다.

과학기술의 기본은 현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장은 굉장히 좁은 영역의, 첨단 과학기술만을 다루는 연구개발 현장이 아니다. 연구개발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제품을 만드는 것 또한 과학기술의 현장이며, 이공계 인력의 고유 영역에 속한다. 이공계 문제의 해법은 소수의 천재가 호의호식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현장이라는 기본에 충실한 대부분의 이공계 인력이 제대로 대우받고 편안하게 자기 업무에 종사할 수 있을 때 이공계 문제 해결이라는 터널의 종점이 있는 것이다.

최근 일부의 움직임을 보면 과학기술인이 단지 연구개발 현장에만 머무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로 치부하고, 의학․법학 전문대학원을 비롯하여 공무원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는 것이 이공계 문제 해결의 핵심이며 개인의 성공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 해당 분야에 재능과 관심이 있는 과학기술인들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인력이 타 분야로 진출한다면, 이것은 이공계를 벗어나려는 대탈출에 지나지 않는다.

기본마저 잊어버린 단순화는 작위적이고 잘못된 결과를 불러온다. 일순간 제대로 된 모델과 법칙을 세운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조그마한 응용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쉬운, 모래성 법칙을 불러올 뿐이다. 기본을 잊지 말자. 올해를 세계 물리의 해로 만든 아인슈타인이 우리에게 남기는 이공계 문제 해결의 가이드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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