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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하기 쉬운 과학문화활동의 오류 :: 2007/03/29 03:52/과학기술
과학기술은 어려운 것인가? 그렇다. 과학기술은 어려운 것이다. 굳이 수식이 난무하는 머리 아픈 과학기술이 아니더라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학문들의 깊이는 오랜 인류의 역사, 학문 탐구의 역사만큼 깊다. 단지 수학을 이해하지 못해서 과학기술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수학이 없는 학문도 그 깊이를 모두 드러내면 어렵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대중들은 특히 과학기술이라는 학문을 어렵다고 느끼는 것일까? 가끔 과학기술인의 대중 강연을 들어보면, 연구실에서 펼쳐지는 세미나 시간에 적합한 자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한 때가 있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평생을 바쳐서 탐구해 온 결과물을 단시간 내에 대중, 특히 과학기술과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강연자로 나선 과학기술인의 과학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과학기술인에 대한 과학문화 관련 교육을 강화하면 해결될 문제인가? 아니면 다른 학문과는 달리 과학기술은 애당초 쉽게 풀어쓸 수 없기 때문일까?
막연하게 많은 이들이 대중이 과학기술을 이해하여야 그들이 과학기술인의 역할을 인식하고 연구개발활동의 위상을 높이 평가함은 물론 국가의 과학기술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과학문화활동은 비단 과학기술인을 위하거나 국가경쟁력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학창시절을 통해 당장 나의 직업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학문들을 공부해 왔다. 사회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최소한의 교양일 수도 있고, 알아두면 두루 편한 지식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과학기술 또한 이런 교양과 기초지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이 모두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점에 가보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다. 문학작품에서부터 학생들의 참고서까지. 그리고 마치 5일장에 온 것처럼 잘 팔리고 관심 있는 분야의 책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북적대지만, 별로 인기 없는 코너는 파리만 날리고 있다. 주로 서점이라는 시장에서 잘 팔리는 분야는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참고서와 문학작품, 그리고 먹고사는데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제, 경영의 큰 분류에 해당하는 책들이다. 최근에는 외국어, 레저 관련 책들도 잘 나가는 부류에 속할 것이다. 시장의 자생적 기능은 매우 뛰어나, 시장의 주체들이 스스로 필요하고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에 억지로 투자하도록 누군가가 강요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실 이런 시장의 절대자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과학문화활동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시민들이 매일 뉴스에 나오는 주식시세표와 환율, 금리 등의 복잡한 얼개를 다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살아가는데 보탬이 되는 정보이며 관심을 가지고 자꾸 보다 보니 어느새 경제상식이 부쩍 늘어있음을 보게 된다. 과학기술도 마찬가지다. 경제상식처럼 삶에 보탬이 된다면 왜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는가. 과학문화활동의 기본은 과학기술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알리는 것이다.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는데 어찌 배우지 아니하겠는가.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대개 나오는 이야기는, 신기술이 경제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쳤다거나 새로 개발한 기술에 대한 법칙과 설명을 늘어놓기 쉽다. 이것은 과학기술의 본질도 아니며, 어려운 과학기술을 대중과 더 유리시킬 뿐이다. 어린 아이들이 참여하는 천문캠프, 실험교실 등에서 보여주는 학생들의 관심도는 굉장히 높다. 과학기술을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단지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게 된다. 이런 지적 활동은 비단 과학기술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 것이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대개 신기술의 놀라운 문제해결능력을 보여주거나,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간적 승리에 감동의 눈물과 박수를 보내도록 하는 것들이 많다. 이런 과학문화활동은 도리어 ‘어려운 기술은 과학기술인에게’ 라는 마인드를 국민에게 심어주지 않을까? 저 기술이 놀라우니 나도 저런 것을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들리는 만무하다. 과학의 대중화는 현존하는 과학원리를 대중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과학기술분야에서 바라보는 탐구의 정신과 시각을 대중화하는 것이다. 이런 기초들이 쌓여서 과학문화의 금자탑을 쌓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학(science)이라는 단어의 뿌리가 ‘안다’라는 라틴어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모든 과학기술인이 과학문화활동의 최전선에 뛰어들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연구개발현장에서 일하는 과학기술인의 기본은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이다. 거기에 부가적으로 사회봉사활동도 할 수 있고, 과학문화활동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지나치게 현장의 인력들이 과학문화활동의 전방에 뛰어들라고 강요한다면, 과학기술계의 근본 경쟁력을 해칠 수도 있다. 다만 연구성과를 널리 알리는 것을 비롯하여 온국민에게 과학기술 마인드가 확산되는 것이 비단 학문의 고립화를 막을 뿐 아니라 연구개발인력 스스로에게도 보탬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시킬 필요는 있다. 그리고 만약 최전선에 뛰어들지 못한다면 보급을 담당하는 병참의 역할이라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전쟁은 최전방의 전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양한 과학문화 컨텐츠를 생산하고, 심정적, 금전적 지원을 보낼 수도 있다. 과학문화활동이 재미있고 관련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보다 과학문화활동에 매진하도록 하고,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은 사람에게 활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적성에 맞지 않은 사람이 나선 일선활동은 자칫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우리의 과학문화활동은 부실건축물이 아니라 튼튼한 기초를 가진 인텔리전트 빌딩이 되기를 소망한다. 과학기술관련 서적과 홈페이지 양산, 학생들을 청중으로 동원하는 대중 강연회 개최 등은 손쉽게 준비하여 과학문화활동의 성과물로 내놓기에 적합할지 몰라도 이것이 과학문화활동의 전부도 아니며 중요한 부분도 아니다. 활동의 방법론을 찾아 좌판을 먼저 벌이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단골로 잡아둘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당장의 판매실적만을 논하기에는 과학문화활동이 가지는 중요함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http://www.sciencetimes.co.kr/data/article/11000/0000010213.jsp Trackback Address :: http://www.wsjung.net/trackback/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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