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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를 바라보며 :: 2007/04/03 03:13/생각
9월 14일 새벽의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은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매번 큰 느낌 없이 다가왔던 여느 개막식과
마찬가지로, 막연한 의무감과 함께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한 아테네의 개막식이 많은 화두를 제시한 것은 의외였다.
개막식을 보며 온몸을 뒤흔든 것은 세계의 평화와 하나됨을 향한 욕망이었다. 화려한 공연 행사에서도, 202개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참여 국가 입장에서도 줄곧 세계가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감흥이 가슴을 떠나지 않았다. 개막식을 보는 당시에는 이 감정의 원천이 최근의 국제 정세 때문인지 아니면 그리스 아테네라는 장소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개막식이 끝난 후 그 때의 감흥을 되씹어보니 아무래도 그리스 아테네였기 때문인 거 같다. 비록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전세계를 대표하지 못하였기에 온전한 세계의 고대 올림픽이 아니었으며, 외지인인 쿠베르탱에 의해 재건된 근대 올림픽의 정신이라 할지라도 주위를 하나로 어우르려는 올림픽의 가치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영원한 꿈이지만 여전히 이루지 못하고 있는 하나됨을 향한 노력이 아테네의 개막식을 통해 승화된 것 같다. 시드니에 이어 남북한은 두 번째 하계올림픽 공동입장의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4년 전 첫 공동입장을 바라보던 감격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비록 운동장의 관중들은 시드니만큼의 성화를 보내주지 않았지만 내 마음 속의 진동은 시드니 이상이었다. 이것 역시 아테네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북한의 주민이기에 앞서 세계의 시민인 우리가 하나 되어 당당하게 아테네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리스는 올림픽 발상지를 존중하는 전통에 따라 제일 처음 입장하였으며, 개최국의 자격으로 마지막에 다시 입장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리스 국민들의 마음을 어찌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월드컵 4강의 기쁨을 넘어서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항상 첫 입장은 그리스였다. 그리고 이 사실은 올림픽이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정신 하나만으로 그리스는 세계인의 가슴에 영원히 추억될 것이다. 얼마나 위대한 그리스인의 자존심인가. 우리도 무한한 자존심을 가질 수 있기를 갈망해본다. 그리스의 역사와 문명을 보여주는 공연에는 그리스인의 이런 자존심이 묻어있었다. 세계 문명이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세계인의 머리 속에 각인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단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많은 위대한 수학, 과학자가 그리스에 있었으며, 이로부터 현대의 문명이 탄생하였음을 주지시키는 듯 보였다. 우주정거장에서 날아온 축하 메시지 또한 그리스가 없었으면 어찌 존재하였겠냐는 자랑으로 느껴졌다. 갑자기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생각났다. 세계 문명의 발상지가 되지 못 해서 서러운 마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문명을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며칠 전 다녀온 중앙박물관은 용산 이전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상당수의 유물이 용산으로 옮겨간지라 더 큰 한량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문화의 힘은 결코 크기나 양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소중히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얼마나 담겨있는지가 드러날 것이다. 서울올림픽의 개막식이 생각났다. 전통문화에 더하여 단기간에 성장하여 튼튼한 국가로 자리매김한 모습이 융화된 개막식은 개발도상국에서 개최된 서울올림픽에 걸맞은 개막식이었을 것이다. 다음에 다시 이 땅에서 올림픽 개막식을 연다면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를 마음껏 펼쳐 보이는 개막식이 되기를 갈망하게 되었다. 최근 지구를 지배하는 문명은 서양의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스가 자랑한 수학과 과학의 힘도 서양의 그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서양의 학문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기대감이 한없이 커졌다. 또 다른 문명의 형님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이 어떤 개막식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그리고 훗날 다시 이 땅에서 열릴 제2의 올림픽 개막식을 꿈꾸는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펴게 된다. Trackback Address :: http://www.wsjung.net/trackback/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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