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해당되는 글 2건

올림픽 중계 :: 2008/08/11 03:05

바야흐로 올림픽 시즌이다. 4년 전 아테네 올림픽 때는 오후에 살짝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 잠들 때까지 계속 TV 중계를 보면 되는 시차였는데, 여긴 베이징과 정확히 12시간 차이가 난다. 그런데 올림픽 경기를 보는데 시차보다 더 큰 장애물이 있다. 재작년 월드컵 때는 미국에 있어서 중계보는게 불편하다는 걸 그리 크게 느끼지 못 했다. 어차피 월드컵은 동시에 2경기 정도가 치뤄지고, 그럼 수없이 많은 TV 채널 (스페인어 방송 포함) 중 몇 군데에서는 반드시 이 2경기를 볼 수 있었다. (도리어 WBC는 미국 경기조차 중계하지 않을 정도로 관심도가 떨어졌었다.)

하지만 올림픽은 경기 종목이 상당히 많다 보니 미국 팀 경기만 열심히 중계해준다. 생각해 보면 한국에 있을 때도 한국팀 경기만 이리 저리 경기장을 옮겨다니며 중계해 줬는데, 그 고마움을 잘 모르고 지냈던 것이다. 미국 내 독점중계권을 갖고 있는 NBC가 모든 경기를 인터넷 생중계해주고 있긴 하지만, 밥상에 앉아있기만 하면 모든 것을 떠먹여주던 한국의 방송들이 그립다.

* 어제 박태환 선수의 400m 자유형 경기는 시작 전부터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가 맞았는지, 아니면 한미관계가 너무나 돈독해서 그렇는지, NBC가 계속 박태환 선수 이야기만 했다. 아테네 올림픽 예선 자료 화면도 보여줬고, 한국에 최초의 수영 메달을 안겨줄지 모르는 선수라거나, 뭐 여하튼 미국 선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누구 말대로 영어로 하는 한국 중계방송을 보는 기분이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Address :: http://www.wsjung.net/trackback/78
  • 페가 | 2008/08/11 19:50 | PERMALINK | EDIT/DEL | REPLY

    이명박이랑 부시는 나란히 태극기랑 성조기를 위아래 거꾸로 들었다더군요.
    참 희한한게 다 돈독해요.

    • 호수마음 | 2008/08/11 23:51 | PERMALINK | EDIT/DEL

      참 때와 장소가 절묘하죠. 전 예전에 정부청사 앞의 대형 태극기가 거꾸로 걸린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깜빡하고 할 수 있는 실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좀 그렇죠.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아테네를 바라보며 :: 2007/04/03 03:13

9월 14일 새벽의 아테네 올림픽 개막식은 나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매번 큰 느낌 없이 다가왔던 여느 개막식과 마찬가지로, 막연한 의무감과 함께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한 아테네의 개막식이 많은 화두를 제시한 것은 의외였다.

개막식을 보며 온몸을 뒤흔든 것은 세계의 평화와 하나됨을 향한 욕망이었다. 화려한 공연 행사에서도, 202개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참여 국가 입장에서도 줄곧 세계가 이렇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감흥이 가슴을 떠나지 않았다. 개막식을 보는 당시에는 이 감정의 원천이 최근의 국제 정세 때문인지 아니면 그리스 아테네라는 장소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개막식이 끝난 후 그 때의 감흥을 되씹어보니 아무래도 그리스 아테네였기 때문인 거 같다. 비록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전세계를 대표하지 못하였기에 온전한 세계의 고대 올림픽이 아니었으며, 외지인인 쿠베르탱에 의해 재건된 근대 올림픽의 정신이라 할지라도 주위를 하나로 어우르려는 올림픽의 가치는 다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인류의 영원한 꿈이지만 여전히 이루지 못하고 있는 하나됨을 향한 노력이 아테네의 개막식을 통해 승화된 것 같다.

시드니에 이어 남북한은 두 번째 하계올림픽 공동입장의 모습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4년 전 첫 공동입장을 바라보던 감격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비록 운동장의 관중들은 시드니만큼의 성화를 보내주지 않았지만 내 마음 속의 진동은 시드니 이상이었다. 이것 역시 아테네였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북한의 주민이기에 앞서 세계의 시민인 우리가 하나 되어 당당하게 아테네에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그리스는 올림픽 발상지를 존중하는 전통에 따라 제일 처음 입장하였으며, 개최국의 자격으로 마지막에 다시 입장하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그리스 국민들의 마음을 어찌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월드컵 4강의 기쁨을 넘어서지 않을까 감히 예상해본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항상 첫 입장은 그리스였다. 그리고 이 사실은 올림픽이 존재하는 한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올림픽 정신 하나만으로 그리스는 세계인의 가슴에 영원히 추억될 것이다. 얼마나 위대한 그리스인의 자존심인가. 우리도 무한한 자존심을 가질 수 있기를 갈망해본다.

그리스의 역사와 문명을 보여주는 공연에는 그리스인의 이런 자존심이 묻어있었다. 세계 문명이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세계인의 머리 속에 각인시키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단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 뿐 아니라 많은 위대한 수학, 과학자가 그리스에 있었으며, 이로부터 현대의 문명이 탄생하였음을 주지시키는 듯 보였다. 우주정거장에서 날아온 축하 메시지 또한 그리스가 없었으면 어찌 존재하였겠냐는 자랑으로 느껴졌다.

갑자기 우리의 국립중앙박물관이 생각났다. 세계 문명의 발상지가 되지 못 해서 서러운 마음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문명을 자랑스럽게 내보이고 설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며칠 전 다녀온 중앙박물관은 용산 이전을 앞두고 분주한 모습이었다. 상당수의 유물이 용산으로 옮겨간지라 더 큰 한량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문화의 힘은 결코 크기나 양으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다. 소중히 생각하며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얼마나 담겨있는지가 드러날 것이다. 서울올림픽의 개막식이 생각났다. 전통문화에 더하여 단기간에 성장하여 튼튼한 국가로 자리매김한 모습이 융화된 개막식은 개발도상국에서 개최된 서울올림픽에 걸맞은 개막식이었을 것이다. 다음에 다시 이 땅에서 올림픽 개막식을 연다면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를 마음껏 펼쳐 보이는 개막식이 되기를 갈망하게 되었다.

최근 지구를 지배하는 문명은 서양의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스가 자랑한 수학과 과학의 힘도 서양의 그것이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서양의 학문이 세상을 뒤덮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기대감이 한없이 커졌다. 또 다른 문명의 형님이라 할 수 있는 중국이 어떤 개막식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된다. 그리고 훗날 다시 이 땅에서 열릴 제2의 올림픽 개막식을 꿈꾸는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펴게 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Address :: http://www.wsjung.net/trackback/19
[로그인][오픈아이디란?]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
< PREV #1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