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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궈서야 :: 2007/03/29 03:43

최근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방안’과 관련하여 논란이 많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경제성장기에 국가의 발전을 이룩하고, 앞으로도 성장 동력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또한 과학기술계 인력들이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으며, 행정부 내에서 이공계 출신 인재가 고위직으로 오르는 데 한계가 있는 것도 수치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드높다. 그러한 목소리 중 일부 잘못된 점이 있어 지적하고자 한다.

일부에서 기술직 공무원들은 행정적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직 공무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이들 인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정부의 잘못이 더욱 크다. 현재 3급 이상의 공무원 중 기술직의 비율은 21.6%에 불과하다. 그에 비하여 10대 그룹 임원 중 53%, 100대 기업 CEO의 38.4%가 이공계 출신이다. 민간 기업의 이공계 출신 경영진들은 과학기술 마인드를 바탕으로 기업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경영 마인드를 접목시켜 우리나라의 기업을 초일류 기업으로 이끌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 11위의 무역 대국 대한민국이 탄생한 것이다. 정부에도 과학기술 마인드에 행정 마인드를 접목한 인재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 마인드가 과학기술 관련 유관 부서에만 필요하다는 잘못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행정부서 중 과학기술과 관련 있는 부서의 수는 대단히 많다. 대략 뽑아보아도 건설교통, 과학기술, 교육인적자원, 국방, 농림, 보건복지, 산업자원, 정보통신, 해양수산, 환경 등 10여개 부처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의 업무를 기획하고 조정해야 할 국무조정실이나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행정자치부 등에는 과학기술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의 진출이 불가능하다.

기술고시를 통하여 선발된 인원들은 연구기술직뿐 아니라 과학기술 관련 행정직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만약 기술고시 출신을 연구기술직으로만 활용하고자 선발하였다면, 이번 기회에 기술고시를 연구기술직군으로 전환하고, 과학기술 행정 관련 직군은 행정고시의 과학기술 행정 관련 직렬을 신설하여 선발할 생각은 없는지 묻고 싶다. 나아가 행정적인 면이 절실히 요구되지 않는 연구기술직의 경우 고시 제도의 틀을 벗어나 석․박사 학위, 기사․기술사 자격증 등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전문가 중에서 특별 채용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인 연구기술직 선발 방법이 아닌가 한다.

일부에서는 이공계 대학생들마저 고시 열풍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미 이공계 대학가는 ‘다시 수능 봐서 의치한’ 열풍과 사법고시 열풍에 휩싸여 있다. 고시 열풍은 사회 모두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과학기술 행정 분야는 이공계 전공자들이 과학기술 마인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다.

이번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 방안에 대해 또 다른 관(官) 주도의 규제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의 비정상적인 기술직 천시 풍조에서 한시적인 이공계 우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타당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양성 불평등, 지역간 불균형과 더불어 이공계 출신의 상대적 소외 등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양성평등고용목표제, 지역할당제 등과 더불어 이공계 처우 개선을 통한 불균형의 틀을 극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민간 기업은 이공계 인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관(官)도 어서 빨리 과학기술 마인드를 무장하여야 한다.

물론 가장 필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다. 아무리 제도가 개선된다 하더라도 인사권자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과학기술 마인드가 행정 전반에 퍼지기는 어렵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우선 과학기술 마인드가 생활 구석구석에 스며드는 ‘과학기술 중심 사회’가 구축되어야 한다. 하지만 ‘과학기술 중심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으로 적당한 제도의 뒷받침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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