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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발음, 그리고 사투리 :: 2008/02/07 04:47

한동안 한국은 영어 발음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살짝 정리되는 분위기인 거 같기도 하고 여전한 거 같기도 하고... 여하튼 외국어를 잘 해서 나쁠 건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영어=미국영어', '외국, 선진국=미국'의 정서가 너무 강한 거 같다. 사실 오렌지 발음을 이상하게 꼬아서 하는 건 미국식 발음일테고, 영국이라거나 호주 같은 영어 쓰는 나라, 혹은 영어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할 줄 아는 국가에선 또 그들만의 발음을 가지고 있을 텐데, 이런건 모두 무시되고 미국 발음만이 옳은 발음인 것처럼 알려지고 있다. 뭐, 학교에서 배우는 표준 발음이 미국식 발음이긴 한데, 영어를 배움에 있어 그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요소인 거 같지는 않다.

예전에 낙타와 함께 독일에 갔을 때... 영어를 잘 하는 낙타의 증언에 따르면 우리를 왕따 시키고 자기들끼리만 놀았던 유럽 애들의 영어도 이상한 영어인데, 마치 우리가 콩글리시는 너무나도 잘 알아듣는 것처럼 유럽식 영어를 유럽 사람들이 잘 알아듣는 거라고 했던 적이 있다. 지금 여기에서도... 외국애들과의 대화는 중구난방 영어가 등장하는데 그래도 어찌저찌 살아가긴 한다. 한국에서 말장난치며 농담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하는데 필요한 영어는 어려운 어휘를 필요로 하지도 않고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용어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외교관 수준의 영어 실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수많은 외국 영어 중에서도 콩글리시, 혹은 일본, 중국애들의 영어가 쉬운 편이다.)

이런 걸 보면 영어는 도구로 활용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이 점을 간과하는 현상이 한국에 나타난 건 무지 오래된 거 같다. 영어만 잘 할 줄 알면 당장 한국에서 취직이 되는 것처럼 생각되고, 좋은 취직자리 내팽겨치고 어학 연수하러 외국으로 나온다거나... (그러고 보니 미국 발음이 아닌 호주, 영국, 캐나다, 필리핀 발음 배우러 연수가는 사람도 많구나.) 영어를 잘 할 줄 알고 다른 것에서 강점을 갖지 못하는 사람이 미국에 와서 할 수 있는 건... 스타벅스 점원이 아닐까 -_- 몸 쓰는 일은 도리어 히스패닉들이 쓰는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야 일하기 쉬울 거 같다. 본질은 쏙 빼 먹고... 언제부터 영어에만 미친 나라가 되었는지...

라는 이야기로 그동안 영어 공부 안 한 핑계를 대신한다. ㅋㅋ

발음이라는 건 자꾸 들으면 익숙해지기 나름인 걸 몸으로 느끼는게, 요즘 영국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초반에는 정말 전혀 못 알아듣는다. 그나마 조금 더 보면 저 배우들이 영어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예전에 뉴멕시코 갔을 때 -_- 공항 직원들 영어 하나도 못 알아듣다가 다시 여기 공항으로 오니 말이 잘 들려서 좋았다는 기억도 있다. 그러하기에 난 부산 사투리와 대구 사투리를 구분할 수 있다. 우하하하. (하지만 시카고 발음과 보스턴 발음은 아직 구별 못 한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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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승 | 2008/02/08 00:12 | PERMALINK | EDIT/DEL | REPLY

    스타벅스 같은 곳 점원할 수 있으면 대단한거지. 뭘 주문하는지 잘 알아들어야 하잖아. 의외로 월급도 많이 받을지 몰라.

    • 호수마음 | 2008/02/08 04:08 | PERMALINK | EDIT/DEL

      하기야 학교 안의 스타벅스는 각 나라 영어를 모두 알아들을 수 있지 않으면 일 못 하겠더군요.

  • visang | 2008/02/10 20:15 | PERMALINK | EDIT/DEL | REPLY

    그러게 말입니다. 도구로 보면 되는데... 일제시대에 맞서서 지켜낸 모국어를 이제 스스로 포기하네요. -_-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뉴멕시코 공항이라.. 다음주에 또 방문하게되었네요. ^^;;;

    • 호수마음 | 2008/02/11 00:11 | PERMALINK | EDIT/DEL

      자주 가는구나. :) 일은 잘 되어가는 거고?

    • visang | 2008/02/11 14:47 | PERMALINK | EDIT/DEL

      잘되면 좋지만, 그거 잘안되도 딴거라도 계속해야죠.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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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과 사투리 :: 2007/06/11 10:57

KBS에서 하는 '상상플러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10대들이 잘 모르는 어른들의 말이나 어른들이 잘 모르는 10대들의 말을 맞추는 프로이다. 이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사회자나 뭐 그런 거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정답과 관련된 주제가 많다.

예전에 제주도 출신 분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한때 제주도에서 사투리를 쓰지 말고 표준어를 쓰자는 교육을 집중적으로 하다가, 관광 자원 문제 때문인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다시 사투리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고 있단다. 또 어떤 TV 프로그램에서는 모 업체 고객센터로 걸려온 제주 방언으로 이루어진 상담사례를 각 지역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뜻을 쓰게 했는데, 경상도 출신 사람들은 6개 문제 중 2개의 뜻을 약간이나마 맞췄다. 사투리라는 것이 잘못된 말이 아니라 오래된 우리말이 많아서 도리어 국어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투리라는 것이 촌으로 갈수록 심해지는데, 이게 고어의 흔적이 더 많이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지리산과 가까운 서부 경남의 사투리 일부는 제주 방언과 거의 같은 것들도 있는데, 내가 아는 대표적인 것이 '강 누엉 자젠?' 같은 것이다. 또는 제주도에 여행가면 듣는 인사말인 '폭삭 소갓수다' 이것도 우리 동네에서 약간 비슷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상상플러스'에 나오는 어른들의 말이라는 것이 최근에는 잘 쓰이지 않는 표준어들이라서, 어쩌면 이렇게 시간이 좀 흐르다 보면 먼 미래에는 쓰이지 않는 새로운 '고어'가 될지도 모른다. 달리 생각해 보면 촌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말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을 수 있다.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어휘력이 썩 뛰어난 편이 아닌데도 가만 보면 이 프로그램에 나오는 말을 꽤, 혹은 비슷하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얼핏 생각나는 것만 해도 '외탁', '식겁'... 내가 지금까지 사투리라고 생각했던 말이 알고 보니 표준어라거나, 뭐 그런 경우가 많다. 아마 얼마 전까지 출연했던 부산 출신 정형돈 씨가 정답과 비슷하게 유추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고어, 사투리를 여전히 많이 쓰는 지역 출신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어제 오랜만에 이 프로그램 다시 보기를 했는데, 정답을 10대들의 생각 하나만 보고 바로 맞춰 버렸다. 힌트가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욘사마를 생각하는 마음'. 뭐 이런 거였다. 보자마자 바로 '용심?' 이러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적당히 사람들이 모를 거 같은 말이긴 한데, 지금까지 사투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말이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런 생각이 들면 바로 정답이었다... 특히 내가 최근에 친구에게 이 말을 자주 쓰면서 사투리라고 뜻까지 알려줬던 적이 있었는데... 여하튼 내가 출연했더라면 기록을 세웠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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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번훈련병 | 2007/06/14 09:16 | PERMALINK | EDIT/DEL | REPLY

    확실히 80년대엔 표준어 교육을 강조하다가
    90년대 넘어오면서 소중한 우리말 어쩌고 하며 사투리를 지키자고 했죠.
    그래도 늦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그나저나 난 상상플러스 나가면 한 반도 못맞출 것 같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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